춤에서 춤으로 … ‘댄스, 발스, 볼레로’ 대구시향, 음표가 춤추는 오케스트라 무도회 열다

라벨 탄생 150주년 맞아 환상적인 ‘라 발스’와 중독성 강한 ‘볼레로’ 연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과 춤, 이 운명적 관계를 위해 탄생한 ‘춤곡’이 주인공인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제515회 정기연주회’가 5월 23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관현악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공연은 ‘댄스, 발스(프랑스어로 왈츠), 볼레로’라는 부제 아래 라벨과 그리그의 오케스트라 춤곡을 선보인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춤곡으로 꼽히는 라벨의 ‘볼레로’와 환상적인 왈츠 선율의 ‘라 발스’이며, 공연 전반부에서는 그리그의 ‘교향적 춤곡’도 들려줘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음향 속에 황홀한 무도회가 펼쳐진다. 지휘는 백진현 상임지휘자가 맡는다.

1부는 그리그의 ‘교향적 춤곡’으로 시작된다. 네 개의 춤곡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노르웨이 작곡가이자 음악 연구가인 루트비히 린데만이 수집한 민속 음악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원래는 피아노 연탄곡으로 작곡되었지만,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되면서 각 춤곡의 색채감과 에너지가 더욱 풍부하게 확장됐다.

민속 음악은 대중이 쉽게 부르고 춤출 수 있도록 선율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한계가 있으나, 그리그는 탁월한 관현악 기법을 통해 이 단순한 선율에 입체감을 불어넣어 다채롭고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첫 번째 춤곡은 노르웨이 전통춤인 ‘할링(Halling)’의 선율이 기운찬 팡파르와 함께 울려 퍼진다. 할링은 남자들이 뛰어오르거나 발차기 같은 동작을 하며 상대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춤이다.

두 번째 춤곡도 할링 선율을 바탕으로 하지만, 훨씬 더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 번째 춤곡은 헤드마르크 주의 아모트 지역에서 유래한 봄의 춤 선율이 활기찬 축제의 장면을 연상케 하며 전개된다. 마지막 춤곡에서는 발드레스 지역의 결혼식 노래가 등장하고, 작품은 밝고 행복감 넘치는 합주로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휴식 후 2부에서는 라벨이 완성한 춤곡의 향연이 이어진다. 1875년 3월 7일, 프랑스 남서부 시부르에서 태어난 라벨은 드뷔시, 포레 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근대 작곡가이다.

그의 음악은 흔히 인상주의 혹은 신고전주의로 분류되지만,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명료한 선율선과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구조를 통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라 발스’와 ‘볼레로’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먼저 ‘라 발스’는 단순한 왈츠의 변형을 넘어, 19세기 말 제국 사회의 붕괴와 그 사회가 지녔던 춤에 대한 집착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라벨은 1906년부터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 대한 경의를 담아 빈 궁정 무도회를 주제로 한 교향시 ‘빈’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17년, 라벨은 ‘발레 뤼스’를 창단한 댜길레프로부터 새로운 발레 음악을 위촉받게 되었고, 미공개작인 ‘빈’을 떠올리며 이를 바탕으로 한 ‘라 발스’를 완성했다.

그러나 완성곡을 들은 댜길레프는 ‘라 발스’가 발레에 적합하지 않다며 안무 작업을 포기했고 공연은 무산됐다. 그 결과 이 작품은 1920년 12월, 파리에서 라무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됐고, 무용이 더해진 발레 공연은 몇 년이 지나서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곡은 낮고 거친 더블베이스의 울림으로 시작해 어두운 정감을 드러낸다. 이어서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악기들이 하나씩 더해지고, 3박자의 왈츠 리듬이 반복되면서 분위기는 점차 고조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왈츠의 리듬과 선율은 점점 뒤틀리고 변형되며, 음악은 격렬해지고 불협화음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휘몰아치는 듯한 왈츠의 소용돌이 속에서 음악은 뜨겁게 분출하다가, 강렬한 파열음을 남기고 광란의 춤도 멈춘다.

이어지는 무대는 라벨의 대표작이자 가장 독창적인 작품인 ‘볼레로’가 장식한다. 이 곡은 단일 악장으로 구성된 관현악 작품으로, 반복되는 리듬과 선율이 점차 고조되며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한다.

라벨은 러시아 출신 무용수 이다 루빈시테인의 의뢰로 이 작품을 작곡했으며, 1928년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에서 발터 스트라람 지휘, 브로니스와바 니진스카의 안무로 초연됐다.

라벨의 ‘볼레로’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그것은 ‘반복’이다. 15분 남짓한 연주 시간 동안 하나의 리듬 위에서 두 개의 익숙한 주제가 무수히 반복된다.

주제 선율을 발전시키고 전개하는 방식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볼레로’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얼핏 단조로울 것 같지만, 라벨은 절묘한 관현악법으로 음악의 색채감을 더하고 음량을 점차 키워나간다.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시작된 연주는 곧 모든 악기가 합세하며 격렬한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마지막에는 열정적으로 곡을 마친다. 이 점진적인 전개가 ‘볼레로’의 큰 특징이다.

원래 ‘볼레로’는 경쾌한 3박자의 18세기 스페인 춤곡이지만, 라벨은 그 명칭만 차용하고, 작품에 정열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해 독창적인 곡을 만들어 냈다.

라벨은 ‘볼레로’를 통해 반복의 미학을 활용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했고 당시 모두가 실패를 예상했지만, 초연은 대성공을 거뒀다. 라벨 역시 예상치 못한 성과에 놀랐다고 전해진다.

선율의 강박적인 특성과 이를 하나의 완성도 높은 곡으로 만들어 낸 라벨의 천재적인 발상은 오늘날까지도 청중에게 끊임없는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다.

이후 ‘볼레로’는 수많은 영화와 광고에 삽입되었으며, 몰입과 긴장을 유도하는 장면에서 자주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인류의 역사는 춤과 함께 발전해 왔고, 춤이 있는 곳에 음악도 늘 함께였다.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춤곡에서 인간 본성의 꾸밈없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특히 라벨의 음악은 아름답고 견고한 느낌이 강하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세심한 의도를 담아 만든 그의 작품을 완벽하게 재연함으로써 관객에게 잊지 못할 기쁨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구시향 ‘제515회 정기연주회’는 일반 R석 3만 원, S석 1만 6천 원, H석 1만 원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 인터파크 티켓(1661-2431)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예매 취소는 공연 전일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모든 할인은 중복 적용이 불가하며, 공연 당일 티켓 수령 시 할인에 따른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