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Anima Mundi, 세상의 영혼들’ 전시 개최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개최 100주년 특별기획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특별기획전 ‘Anima Mundi(아니마문디, 세상의 영혼들)’를 열고 7월 5일(토) 일반에 공개한다.

이 전시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주최·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천주교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후원한다.

개막식은 당일 오후 3시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시복 100주년 기념미사(집전 : 천주교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주교와 사제단)와 순교자 자료집 봉정식 후 특별기획전시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전시는 9월 14일(일)까지 계속되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비오 11세 교황(재위 1922~1939)은 즉위 직후 1925년 성년을 선포하며 ‘바티칸 선교박람회’ 개최 계획을 전 세계에 알렸고, 한국 천주교회는 신속히 참가를 결정했다. 이 특별전은 바티칸 선교박람회의 개최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초의 박람회는 서구 중심의 산업화된 국가의 모습과 문명을 과시하는 제국주의적 성격을 드러내곤 했다. 우리나라는 1893년 미국의 시카고 박람회, 1900년의 프랑스의 파리만국박람회, 1902년 베트남 하노이 박람회에 참가해 국제사회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 일제 치하에서의 세계박람회 참가는 중단됐다.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산업박람회와는 달리 발명품이나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기계 등이 아니라 전교지역의 천주 교회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로 열렸고,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 민족의 고유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새로운 시도였다.

선교를 목적으로 했지만 일제강점기 중 조선관의 이름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바티칸 선교박람회 참가는 교회사를 넘어 한국사에서도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천주교 서울대목구의 뮈텔 주교와 드브레 보좌주교, 대구대목구의 드망즈 주교, 원산대목구의 사우어 주교는 일본교회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별도의 조선주교회의를 구성하고 있었다. 마침 한국천주교회는 기해·병오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이 박람회에 참가해 교회 창설 후 지속된 100여년 간의 박해와 순교를 견뎌낸 조선의 신앙공동체를 세계에 알리고자 계획했다. 이에 주교들은 일본과는 다른 독자적인 ‘조선관’을 박람회장에 세우고자 했다.

바티칸 선교박람회 선포 이후 1년여 동안 1000여 가지의 출품물이 빠르게 수집될 수 있었던 것은 각 교구의 주교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박람회 준비에 대한 예산 규모와 홍보방법 등에 대해 큰 윤곽을 정했으며, 신자들은 이를 따라 한마음으로 평양에서 제주까지 출품할 유물들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각 출품물들에는 이름과 쓰임을 담은 꼬리표를 붙였고, 기부자의 이름을 기록한 명부도 준비했다. 그리고 나라 잃은 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유물들에 실어 바티칸을 향해 배를 띄웠다.

벽안의 선교사들이 로마로 모여든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었던 조선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100년이 지난 오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는 현전하는 바티칸 선교박람회 출품목록을 토대로 국내 16곳의 박물관과 수도원을 비롯해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에서의 유물대여를 통해 당시의 ‘조선관’을 재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는 숭공학교(원산대목구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운영)에서 만든 기와집 모형(바티칸 민족학 박물관 대여)을 비롯해 대구대목구 드망즈 주교의 주름상자식 사진기와 그가 손수 촬영하고 인쇄해 보냈던 사진들(대구대교구 사료실 제공), 그리고 천주성교예규와 천주성교공과, 성교요리문답 한글 목판본의 책판(冊板, 서책 간행을 위해 목판에 직접 판각한 것)(바티칸 민족학 박물관 대여) 등 270여 점이 전시된다.

또한 바티칸 선교박람회의 기부자 명단인 라마박람회 조선출품자 물품금품씨명부(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와 세 교구의 주교들이 바티칸선교박람회 출품물 수집을 위해 15개 분류 카테고리 문서(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가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한국 최초의 양봉 교육 교재이자 유일한 원본인 양봉요지(1918년 독일 카니시 퀴겔겐 신부(한국명 구걸근) 저술,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 대여)도 만나볼 수 있다.

당시 출품물과 사진 속에서 당시 선교사들이 바라본 우리네 삶과 전통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자연풍경을 비롯해 농경과 수공업 사회의 모습, 그리고 놀이문화 등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근현대 기록으로서도 가치를 지닌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이번 특별기획전이 100년 전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출품됐던 유물과 예술품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넘어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깃든 만남과 대화의 장으로서 기능하기를 바란다며, 또한 식민지 국가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 온 이후 100년의 여정을 돌아보며 국제사회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