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이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 조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삼례토성 발굴조사에 나선다. 이번 조사는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지원을 받아 추진되며, 조사 성과는 향후 보존·정비·활용계획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 조사 지원사업’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가 협력해 역사문화권별 핵심 유적을 조사·연구하는 사업이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변천사를 고고학적으로 규명하고, 그 성과를 교육·관광·문화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삼례읍에 위치한 삼례토성은 최근 지표조사에서 구석기 유물이 수습되며, 유구한 역사를 짐작케 하는 단서를 제공했다. 성곽은 약 1,500년 전 마한 말∼백제 초에 본격 축조돼 당시 지역의 행정·군사 거점으로 기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삼국시대 전후에는 만경강 유역의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고대 교통망과 정치권력의 변화를 보여주는 핵심 유적으로, 백제의 전북 진출 시기를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 고도 금마 도성 방어체계의 거점 중 하나로 추정되며, 금속문화 전래와 후백제 견훤의 오월(吳越)과의 교류 등 대외문화 유입의 창구로서도 의미가 크다.

고려·조선시대에도 삼례토성은 주요 교통로상의 요지로서 역참이 설치되는 등 지방행정 중심지의 위상을 유지했다. 인근에는 완산 8경 중 하나인 ‘비비낙안(飛飛落雁)’과 관련된 비비정이 자리하는 등 풍부한 역사 자원이 분포한다.

근현대에 들어서도 삼례는 일제강점기 교통·물류의 거점이자 만경강 유역 근대 수리시설 운영의 중심지로 기능했다. 현재 성 정상부에는 근현대에 조성된 물탱크가 남아 있으며, 구릉 말단부에는 국가등록유산인 구 삼례양수장이, 인근에는 구 만경강철교가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삼례토성은 군사·행정·경제·문화를 아우르는 복합유적으로, 한 장소에서 시간의 층위와 역사 변화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통시적 문화경관’으로 학술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삼례토성은 완주군의 역사적 뿌리를 밝히는 열쇠”라며 “발굴 성과를 주민과 공유하고 후대에 전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발굴조사는 12월까지 진행되며, 이후 연차 조사를 통해 지속적인 연구가 이어질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자문회의를 위한 현장 공개와 주민 대상 설명회를 병행해 문화유산에 대한 지역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