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괘불도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하고,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 「삼봉선생집 권7」, 「동국이상국전집 권18~22, 31~41」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하였다.
□ 국보 지정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거행할 때 내거는 대형 불화로, 압도적 규모와 다양한 도상은 세계 어느 나라의 불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다. 조선 후기에 본격적으로 조성되었던 괘불도는 처음에는 본존이 결가부좌하고 있는 좌상 형식으로 그려지다가 점차 입상 형식으로 바뀌면서 크기도 상대적으로 커졌다. 괘불도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조성되었으며, 현재 「칠장사 오불회 괘불」 등 7점의 국보와, 「죽림사 세존 괘불」 등 55점의 보물을 포함해 현재 전국적으로 약 120여 건이 전하고 있다.
이번의 국보 지정은 1997년 7점의 괘불이 동시에 국보로 지정된 이후 약 30년 만으로, ▲ 화기(畵記) 등의 기록에 제작자, 화제(畵題) 등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고 학술적 가치가 큰 작품, ▲ 동일 유형의 도상 중 가장 선구적이어서 해당 도상 확산에 영향력이 큰 작품, ▲ 장황 등 구성 요소가 완전하고, 전하는 과정에서 변형이나 왜곡이 적으며 표현 기법 등 예술성과 제작 기술이 탁월한 작품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扶餘 無量寺 彌勒佛 掛佛圖)」는 길이가 약 14m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로,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신체를 아름답게 장식한 모습의 보살형 입상 형식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러한 장엄신 괘불의 시작점을 연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 초대형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힌 자세와 비례, 적·녹의 강렬한 색채 대비, 밝고 온화한 중간 색조의 조화로운 사용으로 종교화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였다.
이 괘불은 화기를 통해 법경(法冏), 혜윤(慧允), 인학(仁學), 희상(熙尙) 등의 제작 화승과 1627년(조선 인조 5년)이라는 제작 연대를 명확히 알 수 있는데, 기존에 국보로 지정된 다른 괘불도들 보다도 제작 연대가 앞선다. 또한 화기에 ‘미륵(彌勒)’이라는 주존의 명칭을 밝히고 있어, 일찍이 충청 지역에서 유행한 미륵대불 신앙의 전통 속에서 제작된 괘불도임을 알 수 있다. 이후에 제작되는 유사한 도상의 괘불 제작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괘불도의 확산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작품은 규모, 장엄성, 시기성, 상징성, 예술성 등에 있어서 우리나라 괘불도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으므로 국보로 지정하여 보존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 보물 지정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大方廣佛華嚴經疏 卷百十八)」은 당의 승려 징관(澄觀, 738∼839년)이 지은 『화엄경수소연의초(華嚴經隨疏演義鈔)』에 대하여 송의 승려 정원(淨源, 1011∼1088년)이 상세하게 해설을 단 『대방광불화엄경소』의 전체 120권 중 권118에 해당하는 불경이다.
『대방광불화엄경소』는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 1055∼1101년)이 고려로 귀국할 때 송의 정원이 한 질을 선물로 주었고, 이에 의천이 항주(杭州)의 각수(刻手)인 엄명(嚴明) 등에게 판각을 부탁하여, 1087년(고려 선종 4년) 3월에 송의 상인 서전(徐戩) 등이 2,900여 경판을 가지고 들어오면서 고려로 전해졌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이 경판을 가지고 책을 찍었으나 일본이 여러 차례 경판을 요청해옴에 따라 1424년(조선 세종 6년) 다른 경판들과 함께 일본에 하사한 이후로는 더 이상 인출본을 찾아볼 수 없어 가치가 크다.
고려 말~조선 초에 인쇄된 이 책 끝에 ‘만력30년임인(1602)11월경견인원시봉일웅(萬曆三十年壬寅(1602)十一月敬見印源侍奉一雄)’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2011년 보물로 지정된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4의 뒷면에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되고 있어, 책을 찍은 후인 1602년(조선 선조 35년)경의 전래 내력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표지는 상수리나무 열매로 물들여 만든 종이인 상지(橡紙)이며 표제는 금니(金泥)로 썼다. 보존 상태도 우수하며 동일한 판본의 『대방광불화엄경소』 가운데 국내에 남은 유일한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대각국사 의천이 완성하고자 했던 대장경의 주석서 집성 과정과 경판의 후대 전래, 이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이 수입 경판을 일본에 하사한 사실을 통해 한·중·일 삼국의 불교 교류 양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삼봉선생집 권7(三峯先生集 卷七)」은 여말선초의 학자이자 문신인 정도전(鄭道傳)의 문집이다. 정도전의 문집은 1397년(조선 태조 6년)에 처음으로 아들 정진(鄭津)이 『삼봉집』이라는 서명으로 간행하였는데, 이는 정도전이 평소 정리해두었던 글을 정리해 엮은 것으로 권근(權近)의 서문이 실렸다. 그러나 이 책의 판본은 정도전이 왕자의 난에 연루되어 생을 마감하면서 흩어져 없어졌다.
이후 정도전의 증손인 정문형(鄭文炯)이 경상도관찰사로 재직하던 1465년(세조 11년) 흩어진 초간본(初刊本)을 바탕으로 내용을 보태 『삼봉선생집』이라는 제목으로 안동에서 간행하였는데, 이는 중간본(重刊本)으로 불리며 총 7권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정도전의 문집은 정문형이 강원도관찰사로 재직하던 1487년(성종 18년) 강릉에서 다시 『삼봉집』이라는 이름으로 간행되는데 이를 삼간본(三刊本)이라 하며 총 8권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되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삼봉선생집』은 중간본의 권7에 해당하는데, 「불씨잡변(佛氏雜辯)」, 「심기리편(心氣理篇)」 등의 내용과 함께 정진의 초간본 발문(跋文)과 정문형의 중간본 발문, 간행 관계자 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지정 대상본에만 수록되어 있는 이러한 기록은 『삼봉선생집』의 간행과 전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사료적 가치가 크다. 또한 희소한 조선 초기 문집 가운데 하나라는 점, 현재 전하는 다른 판본과의 비교 검토가 가능하다는 점,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라는 인물의 역사적 중요도 등으로 볼 때 학술적 가치가 높다.
「동국이상국전집 권18~22, 31~41(東國李相國全集 卷十八~二十二, 三十一~四十一)」은 고려 중기의 학자이자 관료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년)의 문집이다. 보물 지정 대상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으로, 비록 전집(全集) 41책 가운데 권18~22, 31~41의 16권 4책만이 남은 영본(零本)이지만 현존하는 자료 중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희귀한 판본이자 국내에 소장된 자료 중에서 가장 수량이 많고 인쇄 상태도 우수하다. 또한, 불교 문헌의 편찬과 인출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고려시대에, 학자이자 관료인 이규보의 개인 문집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으며 서지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이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므로 보물로 지정,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
처음에는, 이규보의 아들 이함(李涵)이 편집한 것을 바탕으로 1241년(고려 고종 28년) 8월 진양공(晉陽公) 최이(崔怡)의 지시에 따라 41권의 전집(全集)으로 간행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도중에 이규보가 생을 마감하자 41권의 전집과 별도로, 빠진 시문을 모아 같은 해 12월에 덧붙여 편집하고, 이어 연보 및 뇌서와 묘지명을 첨부하여 12권을 편찬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오류와 결락 부분이 많아 1251년(고종 38년)에 이규보의 손자 이익배(李益培, 1361~1427년)가 하동군 감무(河東郡監務)로 재직하던 중 대장경의 판각을 끝낸 분사대장도감에서 교정하여 다시 간행하였다. 여기에는 이익배가 작성한 발문과 간기가 남아 있는데, 이를 통해 분사대장도감에서 왕의 명을 받들어 이 책을 판각하였고, 이익배가 장세후(張世候), 정홍식(井洪湜), 전광재(全光宰) 등과 함께 교감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및 보물로 지정된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 등 3건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행정의 자세로 협조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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